2026년 4월, 서울시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안설계' 기준을 전격적으로 강화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송파구 마천4구역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비 76% 증액'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대안설계가 지목되면서, 행정 관청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결과다.
화려한 조감도와 하이엔드 브랜드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던 대안설계가 어째서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분담금 폭탄을 안기는 뇌관이 되었을까. 본 글에서는 대안설계의 정확한 법적 정의와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현재 정비사업 시장에서 악용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마천4구역 및 주요 핵심지 사례와 연계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1. 대안설계의 정확한 정의와 법적 근거
대안설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비사업의 설계 진행 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 인허가청(구청 등)의 심의를 통과한 기본적인 도면을 바탕으로 공사비를 산출한다. 이를 **'원안설계(기본설계)'**라 한다.
반면 **'대안설계'**란,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조합의 원안설계를 바탕으로 하되, 자사의 특화된 기술력이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여 외관,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을 더 고급스럽고 효율적으로 변경하여 제안하는 도면을 의미한다.
[관련 법령 및 규정]
대안설계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제24조 및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대안설계 등의 제안)**에 명확한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시공자는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 내에서만 대안설계를 제안할 수 있으며, 기존 원안설계에 따른 공사비와 대안설계에 따른 공사비 내역을 각각 구분하여 제출해야 한다. 이는 무분별한 설계 변경으로 인한 인허가 지연과 공사비 깜깜이 증액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다.
2. 대안설계가 야기하는 현재 정비사업의 구조적 문제점
법적 규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수주전에서는 이 대안설계가 공사비 폭등의 합법적인 우회로로 변질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① '무상 특화'의 환상과 숨겨진 청구서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대안설계를 제안하며 수입산 주방 가구, 스카이브릿지, 층간소음 특화 바닥재 등을 '무상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러한 특화 설계는 결국 전체 평당 공사비의 기본 단가를 상승시키는 주원인이 된다. 입찰 당시에는 낮게 책정된 원안설계 공사비로 계약을 체결한 뒤, 향후 인허가가 대안설계로 변경 확정되는 시점에 맞추어 물가 상승분과 특화 자재비 인상분을 한꺼번에 청구하는 '꼼수 증액'이 만연하고 있다.
② 인허가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의 눈덩이 효과
건설사가 제안한 대안설계가 기존 정비계획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용적률 변경, 층수 변경 등),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이를 '중대한 변경'이라 하며,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의 행정 절차 지연을 초래한다. 사업이 멈춘 기간 동안 조합이 감당해야 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는 매월 수십억 원씩 쌓이게 되며, 이는 전적으로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3. 실제 지역 사례 분석: 마천4구역 76% 증액 쇼크의 이면
대안설계의 덫이 현실화된 가장 대표적인 최신 사례가 바로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의 대장주인 **'마천4구역'**이다.
당초 2021년 조합과 시공사가 원안설계 기준으로 맺은 도급계약 금액은 약 3,834억 원(평당 약 584만 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공사는 무려 75.6%가 인상된 6,733억 원(평당 약 960만 원)을 요구했다.
이러한 천문학적 증액의 핵심 명분이 바로 **'하이엔드 대안설계 적용'**이다. 단지명을 '디에이치 클라우드'로 확정하며 강남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함에 따라, 수입 마감재 사용, 층간소음 저감 설계, 화려한 커뮤니티 추가가 이루어졌다. 특히 주차장을 넓히기 위해 지하 3층이었던 원안을 지하 4층으로 깊게 파는 대안설계가 적용되면서, 토목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고 공사 기간도 기존 34개월에서 44개월로 무려 10개월이나 연장되었다. 화려한 대안설계가 어떻게 조합원의 재산권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4. 대안설계와 공사비 폭등의 상관관계 분석
대안설계 항목들이 실제 현장에서 공사비 단가를 어떻게 밀어 올리는지 구체적인 데이터 구조로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더욱 체감할 수 있다.
[표 1] 주요 대안설계 항목별 공사비 상승 유발 요인 분석
| 대안설계 변경 항목 | 설계 변경의 목적 및 기대 효과 | 공사비 및 사업비 폭등을 유발하는 실질적 리스크 |
| 지하 층수 하향 (심도 증가) | 세대당 주차 대수 증가 및 광폭 주차장 확보 | 암반 굴착 및 흙막이 공사비 기하급수적 증가, 공사 기간 최장 지연 요인 |
| 층고 상향 및 슬래브 두께 증가 | 개방감 확보 및 층간 소음 원천 차단 (하이엔드 필수) | 건축물 전체 골조 물량 증가, 철근 및 콘크리트 등 핵심 원자재 투입량 급증 |
| 스카이 브릿지 및 커튼월 룩 | 랜드마크 외관 특화 및 프리미엄 상징성 부여 | 고난도 특수 공법 적용에 따른 인건비 폭등, 유리 및 알루미늄 패널 단가 상승 |
| 조경 및 커뮤니티 고급화 | 입주민 편의 극대화 및 단지 가치 차별화 | 대형목 식재 및 수입산 자재 적용에 따른 마감 공사비 수직 상승 |
결국 시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대안설계는 조합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하 암반 굴착, 특수 공법 적용, 원자재 물량 증가라는 치명적인 원가 상승 요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앞으로 다가올 압구정, 여의도 등 핵심지 50조 규모의 수주전에서도 이러한 대안설계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마천4구역 사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5. 결론: 철저한 검증과 책임을 다하는 도시계획의 가치
최근 서울시가 대안설계 제안 범위를 '정비계획 범위 내'로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 시 입찰 무효까지 가능하도록 지침을 강화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다. 무분별한 꼼수 증액의 고리를 행정력으로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제도의 강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현장을 이끄는 주체들의 인식 전환이다. 조합은 시공사의 장밋빛 대안설계가 결국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갈 '빚'임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원안설계 단계부터 실현 가능한 적정 수준의 고급화를 명확히 계획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을 다루는 일은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사람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눈앞의 화려함보다는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통제하는 '책임감'을 갖추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태도야말로, 혼돈의 정비사업 시장에서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올바른 도시 공간을 완성하는 가장 확실한 가치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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